버스정류장
지나가는 비를 피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그 버스정류장엔 차갑게 언 입김을 내뱉는 기다림만이 난무했다.
나는 오늘도 기다림을 하는 사람들 틈으로 몸을 숨긴다. 기다림을 하기 위해-
언젠가는 찾아올 버스가 아닌, 종착역 없는 끝없는 나만의 그리움과 기다림을 위해.
도무지 다가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너의 허상만이라도 내 손가락으로 닿기 위해.
*
무턱대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것들
무턱대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것들. 먼지쌓인 가로등과 바리케이트, 둥글게 굽은 모퉁이를 돌고 돌아 또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자동차와 등이 굽은 표지판, 정류장을 지나치는 초록버스, 그 뒤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늙은 낙엽, 스러져가는 작은 오두막과 허허벌판, 꺼져버릴들 위태로운 내 심장박동. 가만히 멈춰선 내 뺨을 스치는 미지근한 눈물.
그리고- 너의 모습이 보일듯 너무나도 빛나는 기억.
*
각성
방안이 끈끈한 온기로 가득찼다. 피로가 몰려왔으나 전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눈가를 문질렀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와중에도 옆자리에 곤히 잠든 아내의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어둠속에서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아내의 얼굴.
아름다운 여자, 사랑스러운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은여자. 나의 아내.
침대 옆 탁상위의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47분을 막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혜원이 깨지 않게 조심하며 침대에서 빠져나와 창가로 다가섰다.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보였다. 그 키작은 가로등의 불빛이 꾸벅꾸벅 졸듯 자꾸만 깜빡거렸다.
*
소음
시끌벅적한 소음속에서 두 눈을 감은채 우두커니 서있었다.수많은 소음. 비틀거리며 흐릿하게 내 귓가를 파고드는 그 소음.소음속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차갑게 언 손등 위로 소음과 같이 흩어지며 와닿는 바람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있었다. 행여나 시린 기억들과 마주할새라 단 한걸음도 옮기지 못한채 눈을 감고 서있었다.
그 잔인한 소음속에서-
행여나 그 속으로 너의 목소리 들려올까 싶은 마음에 눈을 감은채 우두커니.
*
숙취
플라스틱 서랍장의 한 귀퉁이가 꼴사납게 부서져 있었다. 언젠가 한번 술김에 난리를 치다 깨먹은게 분명했다. 침대 등받이에 비스듬하게 기대앉아 멍하니 그 깨진 자리를 보고있자니 이상하게도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무언가 욱하는 기분이 치고 올라왔다.
궁핍하고 무관심한 생활을 대변하듯 가구가 거의 없는 썰렁한 방안 곳곳에 빈 술병 여러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거듭된 숙취로 인해 쓰린 속을 움켜쥐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꽤 오랜시간동안 청소 비슷한것조차 하지 않아 바닥엔 온통 모래나 머리카락, 입다 만 땀내나는 옷가지들 천지였다. 한숨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 모든것들에서 등을 돌려 휘청휘청- 밖으로 향했다.
TAG 미완성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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