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어쩌면 침묵.
훗날 언젠가의 니가 아무말없이 떠나간다 해도 "왜"라는 물음을 내뱉지 않을만큼 서로의 고요에 익숙해지는것.
우리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어쩌면 이토록이나 숨통을 조여오는 서로에게서의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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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남자가 있었다는것은 물론 충격이었지만, 난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새벽녘에 귀가하는일이 잦아졌던 아내를 보면서도, 벌써 3개월도 넘게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고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에게 전화를 하거나 억지로라도 화제거리를 만들어 대화를 나눈것이 꽤나 오래전 일이라는것을 알면서도 나는 왜 아내를 채근하거나, 화를 내야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일까.
나는 이미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입으로 듣지 않아도, 내 두 눈으로 보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지 않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녀가 낯선 향을 달고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의 아내의 안에 내가 아닌 타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나는 그녀에 대해 증오심조차 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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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은 심통난 얼굴을 해서 앉아있다. 꼭 어린애처럼 부풀린 두뺨 하며 빨갛게 상기된채 삐죽 내민 입술은 성숙하고 고상한 성민의 성격과는 꽤나 상반되는 모양새다.
"이봐, 니가 그렇게 삐쳐있을 일이 아니잖아."
뾰루퉁해서 앉아있는 꼴이 조금 귀엽고 우습기도 해서 반 장난식으로 건넨 나의 말에 성민은 더욱 자극받았다는듯 미간을 찌푸려보이며 벌써 몇분째 요지부동이던 팔짱을 풀며 자세를 바로한다.
"시원씨야말로 그렇게 태평할때가 아니잖아? 와이프가 바람났다는데 그렇게 허허하고 웃음이 나오냐?"
"그럼 뭐, 술이라도 퍼 마시면서 질질 짜야하냐? 뭐 어때, 나도 너랑 바람피우는데."
'아무튼 나랑 시원씨랑은 근본적으로 안맞아.' 저 혼자 중얼거리며 유리잔에 담긴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야, 이성민. 솔직히 말해봐. 내가 이참에 와이프랑 이혼하고 너랑 살았으면 좋겠지?"
성민은 고개를 들어 나를 물끄럼이 바라보더니 무언갈 고민하는듯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조금 초조한 마음이 드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그렇게 침묵을 지키던 성민은 이내 다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왠지 맥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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